제주도 노을언덕 무인카페 & 몰래물 쉼터

Posted by 낯선.공간
2016. 12. 22.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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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비행기나 배로 가야하는 곳인 만큼, 일단 가면 그 곳의 모든 것이 반쯤은 이국적인 모습이죠.

이번달 초에 혼자 제주도 방파제에서 낚시하러 갔다가 기상 상황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낚시를 접고 비행기 시간 전까지 돌아다녀봤어요.

그러다가 들른 곳!

평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노을언덕 무인카페입니다.

무인카페라고 해서 허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무려 2층 건물에 전용주차장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주인 빼곤 다 갖춰져 있는 카페더군요.

이 곳의 커피는 무인카페라고 해서 결코 자판기 수준의 커피는 아닙니다.

나름 직화구이 보스톤 커피 원두를 이용합니다.

종업원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셀프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야말로 손님의 양심에 맡기는 것인데요.

하나쯤 그냥 먹어도 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기 없는 곳이라 손님이 거의 없다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보는 눈이 제법 많습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틈도 없이 주변의 눈치에 주의해야 할테죠.

앤간히 철면피 아니라면 규칙을 잘 지키겠죠?

이용방법은 간단합니다.

이용하려는 상품의 가격을 맘소리함에 넣어주면 됩니다.

다만 불편한 점은...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것과 잔돈을 돌려 받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커피 한잔만 마시려 했지만...

당시 제 지갑속에는 5천원짜리가 가장 작은 돈이어서...

결국 커피 한잔과 생과자를 잔돈만큼 더 먹어야 했습니다.

무인카페 취지는 좋지만... 

딱히 이유없이 기부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기부를 전혀 하지 않는 구두쇠는 아닙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에도 매달 정기기부를 하고, 아동구호단체에도 정기기부중인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업소는...백퍼 현금장사군요.

탈세도 충분히 가능할...

에~ 뭐 양심에 호소하는 가게가 스스로 양심을 팔진 않겠죠?

종업원이 없는데도 나름 가게 안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영아를 동반할 손님을 위해 영아용 의자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아마 사장님이 굉장히 낯가림이 심하신 분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손님들이 모두 끊길 무렵 나타나서 가게 안을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는....?

제주도가 중국 요우커들에게 인기있는 관광지이다보니, 가게 곳곳에 안내글이 한자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이 날 가게 안에 손님들 중에는 절반은 일본인이었고 또다른 절반은 중국인이었어요.

아...1/4로 치죠.

한국사람들도 좀 있었으니...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만 셀프가 아닌...

사용한 식기의 세척도 셀프입니다.

졸지에 커피 한 잔하고 설겆이까지 해야하는 불편함을 생각해보면...

무인카페 커피 한잔에 2500원이라...

노을지기의 사업수완이 참 좋은게 아닌가 탄복해 봅니다.

저는 설겆이하기 싫어서 테이크아웃잔에 커피를 담았습니다.

노을언덕 무인카페의 장점은 무인카페라는 독특함 이외에도 

제주시 북부 바닷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람많기로 유명한 제주도지만, 

특히나 겨울에 그것도 제주도 북부에는 북서풍이 불어 닥치기 때문에 

격정적인 제주바다의 파도를 따뜻한 커피 한 잔 하면서 바라볼 수 있죠.

멋지지 않나요?

이런 경치를 구경하면서 여행의 여유를 즐겨 보는 것?

이런게 가끔은 진짜 여행이지 않나 생각듭니다.

누군가와 함께 가서 추억이 되어도 좋고, 

혼자가서 힐링을 해도 좋은 곳....

노을언덕 2층은 더 아기자기 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사실 1층에서만 커피 마시고 쉬다가 나올 생각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2층으로 올라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윗 쪽에 제 실물사진을 공개했지만...

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제가 좀 내성적인 보스 성격이라...

 (조만간 TVN에서 내성적인 보스 드라마가 한다길래 억지로 말장난...)

다들 끼리끼리 노는 곳에 홀로 있는 일을 잘 못해요.

혼밥, 혼술 이런건 제가 웬만하면 하기 싫어하는 행동들인데요.

그런데 여행만큼은 참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거 보면 저도 제가 참 대견합니다(?)

1층의 테라스도 멋집니다.

12월의 날씨는 바람도 많이 불고 제법 쌀쌀하지만, 

봄이나 가을이라면, 카페 안 보다, 테라스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멋있을 것 같습니다.

카페 길 건너편에 펼처진 바다를 배경으로 노을언덕 무인카페 간판 같은 거대한 커피잔이 놓여 있습니다.

카페 외부에서 카페를 바라봤을 때 1,2층의 커다란 창가쪽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기 좋게 지어진 카페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왜?

굳이 갇혀서 바다를 본답니까?

저는 테이크아웃잔에 담은 커피를 들고 길을 건너 바다 위 언덕에서 바다를 구경하면서 잘왔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월30일에 이전직장에서 퇴사를 하고...

12월 5일에 첫 출근할 회사에 가기 전에 주어진 잠깐의 여유시간에 비록 당일치기지만 홀로 여행을 와서 그간 지쳤던 심신을 힐링 받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그깟 바다의 파도 좀 바라본다고 뭐가 그리 힐링이 될까 싶으시겠지만...

나이 마흔이 넘어서 호르몬이 격랑에 휩쌓였을 때...

사소한 그 무엇 하나가 마음을 요동치게 하기도 하고 차분하게 해 주기도 하죠.

한국은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

가장은 가장다워야 한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면 안된다. 너만 아프냐 다 아프다.

40은 불혹이니 유혹에 흔들리면 안된다.

이딴 프레임에 갖혀서 감정도 감추고...힘든 내색도 못내면서 살아왔지 않습니까?

왜 참나요?

왜 스스로 힐링하려고 노력하면 안되나요?

힘들 때 힘들다 말하고, 싫을 때 싫다고 말하고, 외로우면 외롭다 말하고,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눈물이 날 땐 그냥 이유없이 흘려도 좋습니다.

혼자 여행한다는 의미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삶에 치열한 서울 한 복판에서 그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나약함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다독거려줄 수 있습니까?

전 못그랬습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이 가끔은 그런 감정의 찌꺼기들을 벤틸레이션 시켜줄 수 있습니다.

그깟 파도가 뭐냐구요?

사방팔방 살피고, 이것저것 고려하고 배려하고 생각하던 것을 잠깐 멈추고 그냥 하염없이 밀려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아무 생각 않고 앉아 있으면 그냥 저절로 스스로 들여다보게 되고 스스로 다독거려주게 됩니다.

그러다가 눈물이 흐르면 흘리면 됩니다.

흐르는 눈물이 커피잔 속에 떨어져서 조금은 짭쪼름한 아메리카노가 되어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도 상관없습니다.

그 들 중의 1/4은 중국사람입니다.

또다른 1/4은 일본인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질 확률도 철저히 낮습니다.

공교롭게도 노읅언덕 길건너편의 언덕 아래에는 몰래물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독특한 곳입니다.

빨래터 같기도 하고...

올레길을 걷던 사람들이 잠깐 발 좀 담글 수 있게 만들어 진 곳 같기도 하고...

분명한 것은 겨울 비수기의 몰래물 쉼터는 

딱히 찾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오롯이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되어주었습니다.

어딘가에 나혼자 있다는 것은...

가정을 가진 가장에겐 짧은 사치입니다.

혼자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족이 애뜻하게 생각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

다시금 프로트스의 프루브가 된 듯...

아 여기에 나중에 가족들 데리고 와봐야겠다~

라며 마음에 새겨둡니다.

비행기 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어서 다시금 바쁜일상의 본능이 뭐 하나라도 더 보라며 재촉합니다.

오랫동안 가 본적이 없던 용두암이 근처라, 용두암을 들러서 한치구이 하나 맛보고, 아내에게 공물할 면세점 향수를 사기 위해 좀 더 일찍 공항으로 갔습니다.

PS.몰래물쉼터에 대해 ...

몰래물 향우회 창립기념....

애향비

몰래물 마을은 390여년전  엉물언덕 척박한 땅에 강씨, 문씨, 밖시 등이 마을을 세운 후에 농업과 어업을 주업으로 삼아 살았다.

점차 사람이 모여들어 마을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마을이름을 니포촌이라고 부르다가 1899년에 사수촌(몰래물)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고 하는군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비행장을 만들면서 마을을 뺐기고, 해방 후에 마을의 복원에 나섰으나, 제주공항이 들어서면서 또 마을을 잃게 된 몰래물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애향의 언덕을 만들어 기념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군요.

그러고보니...

  1. 나홀로 12월 제주도 여행지 추천 동귀포구 방파제 낚시, 이호태우해변 캠핑장, 신사수포구, 도두항 노을언덕 무인카페 
    2016.12.21

낚시를 하려고 들른 포구 이름 하나가 신사수포구였어요.

사수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몰래물 마을의 한자 표기가 사수촌이었군요.

새로운 몰래물 마을 신사수촌의 항구가 바로 신사수포구였던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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