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vs 병신...

Posted by 낯선.공간
2017. 9. 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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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내와 코스트코에서 장보던 중에 아내가 다른 물건 집으러 먼저가고 내가 천천히 따라가는데 갑자기 부러진 왼쪽 무릎이 뒤틀리는 고통과 발 뒷꿈치에 통증이 왔다. 뒤에서 따라오던 카트가 내 발뒷꿈치를 쳤다.

가해자는 사과도 없이 옆으로 비켜서서 "어머 아프겠네" 이러고 걍 빤히 쳐다만 본다. 

통증 때문에 그사람들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부딪혔으면 사과라도 먼저해야 하는거 아닌가?

성질이 났지만... 

예전에 몸이 정상일 때 코스트코에서 장볼 때 카트로 발을 치는 사람에게 승질 냈다가 아내가 싫어했던 기억이 떠올라 어떻게든 통증이나 다스리려고 노력했지만 한켠으로 수술한 무릎이 어떻게 되는건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어서 가해자에게 연락처를 물었다.

반바지를 입고 보조기를 차고 있었으니... 

그 크나큰 흉터와 보조기를 보았다면 내가 정상인 상태는 아닐것이란 걸 충분히 알았을텐데 가해자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사과대신

"애가 장애가 있어서 그래요. 이해해요"란다...

사과 한마디 없이 대뜸 장애인이니까 잘못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정도 지적 장애가 있으면 위험할 수 있는 카트를 밀게 하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그사람이 애라곤해도 40은 되어보이는 아줌만데 나한테 피해를 끼친 상대의 사정까지 봐주기엔...나도 상태가 그닥 좋지는 않다.

갑자기 참고 있던 화가 치밀어 올라 연락처를 달라는 이유가 달라졌다.

"고소할테니 연락처 주세요"

그랬더니 상대는 지갑을 막 뒤지더니 장애인증을 꺼낸다.

"아니 애가 장애가 있어서 그런건데 왜그래요? 자 봐요. 장애인 맞죠?"

...

그 때 아내가 멀리서 다가왔다.

사람 많은데서 누군가와 트러블 일으키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가 싫어할까봐 가해자를 그냥 보냈다.

아내가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아내가 더 화가 났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 동안 아내는 내 얘기를 곱씹으면서 뚜껑이 열려서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때마침 가해자 모녀는 옆계산대 맞은편에서 시시덕거리면서 계산을 마치고 있었다.

아내가 상대를 발견하고 뒤쫓아가서 연락처를 받아왔다.

상대는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고 장애 운운만 하더란다.

아직 공식 장애인이 아닌 예비병신과 국가공인장애인의 카트 충돌사고에서...

진짜 병신은 그 엄마가 아닌가 싶다.

사고 전에는 이런일에 내가 씩씩거리고 화를 냈을텐데... 사고 이후에 나도 참 많이 유들해졌지만...

더 놀라운건... 아내의 대처다.

보통 이런 경우 나더러 참으라고 할 사람이... 화가 잔뜩나서 가해자측을 때찌때찌 해주니까...

든든했다고 하면 웃기고... 뭐랄까 참 묘한 감정이든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면서 화가나 있는 아내를 쓰담쓰담해서 화를 가라앉혔다.

장애인의 카트에 아플다리를 치였지만 병신인 엄마의 대처에 상했던 기분이 풀렸다.

포커싱 주의..

3교대 근무로 힘들텐데... 아픈남편까지 건사하느라 저렇게 피로를 짊어지고 사는 내 아내.

고맙고...사랑스럽다.

코스트코에서 사온 부채살을 숙성시켜서 찹스테이크로 저녁을 해 먹였다.

PS. 골반 깨지고 무릎아래 작살난 내가 핀 박은 다리로 카트를 끄는 것 때문에 아내가 민망해 하기도 한다. 

마트에서 카트를 내가 끄는건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것과 같다.

지팡이 짚고 아내가 끄는 카트를 따라가는 것보다 내가 카트에 의지해서 부하를 분산시키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이 정도 다친 몸으로 카트를 미는게 가능하냐고?

지까짓 카트가 무거워 봤자...

어차피 100kg에 육박하는 내 몸무게를 지탱하고 걸어다니게 해줄 정도로는 회복된 다리니까 카트정도는 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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